와이프와 연애하던 시절 제부도를 와보고 아이들과 두 번째 다녀왔습니다.
그땐 갈매기에게 과자도 던져보고 데크길을 산책하며 야경을 즐기고 왔는데,
좋은 기억 때문이었나요?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제부도는 물때 시간표만 잘 보고 가면 된다 생각했어요.
네이버나 검색창에 '제부도 물때 시간표'라고 치면 공홈도 있고 블로그나 개인 페이지에서 물때 시간표를 월별로 올려주는 곳도 많습니다.
보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3/28일의 경우 아침 7시 23분까지 통행이 가능하고 오전 10:14까지는 물이 차올라 통행이 불가능한 거죠.
29~31일 사이는 계속 통행이 가능합니다.
통행이 가능해지는 시간에 맞춰 가는 게 좋지만 10분이나 20분 전에 도착하는 건 비추천입니다.
어차피 통행이 불가능해서 불필요하게 대기하고 있어야 해요.
마치 차 밀리는 것처럼 그냥 아무것도 없이 가만히 서있습니다.
차라리 10분 20분 늦게 가는게 좋아 보입니다.
통행하려고 진입할 때도 물때시간을 전광판으로 알려줍니다.
요즘은 시대가 좋으니 핸드폰에 다 떠서 굳이 없어도 되지만요.
도착하기 전부터 이게 무슨 미세먼지인지 황사인지 몰랐습니다만...
제부도 올 때 물때시간표보다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안개'
이거 안개 많은 날 오면 그냥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정말 모래폭풍 부는 거 수준이에요.
통행로도 한 치 앞만 보이고 저 건너는 전혀 안 보입니다.
제부도 도착해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무슨 재미로 오나 싶네요.
해변요? 해변 가도 바닷물 찰랑거리는 근처가야 좀 물이 보이고 도로에서는 해변까지 잘 보이지도 않아요.
바다는 경치가 반이상인데 경치가 전혀 안 보이니...
안개 많은 날에는 정말 다른 일정 잡으시는 게 훨씬 좋습니다.
비 온 다음날이나 비 오는 날은 그냥 피하시는 게 좋아요.
흐린 날도 별롭니다. 저는 비도 안 오고 그저 흐린 날 왔는데 하나도 안 보였거든요.
날씨 잘 보시고 해 떠있는 날 오는 게 그나마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같아요.
제부도로 들어가는 중간중간 보이는 바다가 운치 있고 멋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도 10분~20분은 멋있었는데 그 뒤로는 그냥 무덤덤...
약간 좀... 저 세상 배경으로 영화 촬영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더군요.
어떻게 가도 일주를 한다면 상관없지만,
제부도 진입해서 오른쪽으로 가면 끝에 데크길 산책을 할 수 있고,
왼쪽으로 가면 제부도 해수욕장을 가기가 편합니다.
해수욕장 근처에는 주차장이 크게 있는데 유료주차장이에요.
둘이 데이트오기에는 오른쪽으로 데크길 가는 게 좋아 보여요.
전방을 봐도 차 몇 대까지는 보여도 그 뒤로는 길이 오른쪽으로 가는지 왼쪽으로 가는지도 안 보입니다.
워낙 위험하니 과속은 당연히 없고 자신도 아마 무서워서 못 달릴 겁니다.
경치 구경 못 하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안개가 너무 많으면 개불 잡으로 나가거나 갯벌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못 찾아 사망하는 사고도 있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이미 뉴스에 나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막상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사방 어디로 가도 안개라 동서남북 감각이 없는 상황이라면 공포 그 자체일 겁니다.
뉴스에서도 해변에서 1.3킬로미터 밖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아주 위험한 거죠.
그러니 물때시간표보다 안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날씨가 너무 좋은데 물때 시간을 놓쳤다?
걱정 마세요. 케이블카도 있습니다!
서해랑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주소 ▶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로 1-10 서해랑 제부도해상케이블카
탑승지점은 전곡항입니다.
제 생각엔 그냥 풍경 감상은 전곡항만 가도 나쁘지 않았던 듯합니다.
케이블카를 타면 도착해서 코끼리 열차처럼 일주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원하는 포인트에 내려서 구경하고 다음에 오는 일주버스를 타고 다시 탑승 지점으로 갈 수 있어요.
안개가 많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식구들과 몽환적인 풍경 구경하고 왔습니다.
여름도 아니고 큰 욕심내서 놀러 온 게 아니라 바람 쐬고 왔다 생각하니 시원하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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