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아직 저도 다 못 헤아려본 오름들이 많습니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고 혼자 어딜 가는 날이 잘 없다 보니 등산을 가고 싶어도 현실적으로는 힘들더라고요.
대신 오름은 규모도 산보다는 작고 일단 정상이 한눈에 보이며 한 시간이면 가능한 코스도 많기에 이제부터 목표를 가져볼 만도 합니다.
작년까진 둘째 아이가 너무 어려서 유모차를 가져갈 수 있는 오름만 찾았는데, 이제는 슬슬 어느 정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작은 오름을 찾아보려 합니다.
유모차를 가져갈 수 있는 오름을 찾으신다면, '금오름'이라고 정상까지 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해 놔서 가능한 코스가 있습니다.
대신 경사가 무지막지해서 쉽지는 않지만 아기를 데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정상에서는 누군가 한 명은 땀으로 샤워를 해야 하지만 제주에서 유모차 동반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오름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 둘째가 제법 걸어서 도전한 오름은 '물영아리 오름'입니다.
주차장은 물영아리 생태공원 주차장과 동일하며 주차장도 적당하고 화장실도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에 개수대는 없었어요.
손을 씻거나 세수를 하신다면 가져가실 생수를 사용해야 하니 미리 참고하세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 188
물영아리 오름은 약간 남동쪽에 위치해 있고 주소상은 서귀포시지만 서귀포와는 살짝 거리가 있습니다.
저희는 표선에 머물며 들렀고 남쪽 여행하시거나 숙박할 때 들러보면 좋겠어요.
탐방로는 당연 무료고 코스 어디에도 돈을 쓸만한 곳은 없습니다.
규모가 좀 큰 오름은 주차장 근처에 간식을 사 먹거나 음료를 파는 간이 스토어들이 와있기도 했어요.
물영아리 오름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막다른 길이며 사진에서 보이는 파란 통 전에 구멍으로 걸어가면 오름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생태공원도 아이들은 볼만한데 어른들은 시큰둥할 수 있으니 오름으로 바로 가신다면 참고하세요.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요.
생태 공원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평화롭게 거닐고 잠깐 뛰어놀 수 있을 정도입니다.
생태 공원과 오름에 서식하는 생물들에 대한 소개와 벤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제 오름에 대한 개괄적인 코스 소개와 난이도를 보여주는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저도 보면서 과연 오늘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저야 물론 둘째 아이를 들고 정상까지는 가고 싶지만 이게 막상 또 지도를 보면 감이 잘 안 와서요.
날씨도 멋지고, 오름의 정상까지 못 가더라도 만족하면서 돌아오자고 되뇌며 걸었습니다.
하늘과 나무가 만들어주는 풍경의 조화가 최고였어요.
역시 제주는 많은걸 잠시 잊게 해주는 마법이 있습니다.
이제부터 유모차가 못 들어가는 본격적인 구간이네요.
그런데 오름은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오름의 시작은 저기!
위에 사진의 정면 중앙에 살짝 나무들이 움푹 들어간 곳이 보이시나요?
저기가 오름의 본격적인 시작 구간입니다.
아까 표지판에서 갈림길이라고 쓰여있는 포인트가 바로 저기지요.
저는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도 둘째를 안고 가거나 아장아장 같이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길이 예쁘지만 두 돌 아이에겐 아직 벅찬지 거북이처럼 갔어요.
그래도 넘어지면 안 되니까요.
문득 이렇게 멋진 초원을 왜 거슬러 가지 못하고 둘러가야 하나 싶었습니다.
여기서 놀면 더 최고일 텐데, 아마 두세 시간은 아이들과 아주 신나게 무언가 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에 와서 알게 됐는데 여기 원래 소를 키운다고 하네요.
소가 있었으면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을 텐데 오늘은 어딜 갔는지 한 마리도 안 보였습니다.
나무로 피아노 건반처럼 길을 만든 둘레길을 계속 걷다 보면 높이 솟은 나무들이 등장합니다.
오름의 초입에 이런 풍경이 많던데 드디어 시작인가 봅니다.
제가 여기까지 유모차를 가져왔으면 좀 더 해볼 만했는데 아직 체력이 약한 아이 하나 들고 오니 쉽지는 않았네요.
그래도 코스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안내판까지는 왔습니다.
와우 1시간 30분...
20분 정도면 해볼 만하고 30분이면 오기로도 갈만한데 1시간 30분은 그냥 처음부터 포기해야 하는 구간 같았어요.
와이프만이라도 다녀와야 하나 싶었는데 또 기다리는 식구들도 문제고 배고프다 할 테니 적당히 올라갔다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와이프와 체력 좋은 첫 아이는 어느 정도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첫 아이는 금오름도 손잡고 정상까지 갔으니 여기는 당연히 갈 수는 있다 생각했어요.
저는 여기서나마 제가 즐길 수 있는 모든 걸 누리고 있었습니다.
금오름 때도 그랬지만 초입에서의 나무들이 너무 멋있었어요.
이런 풍경을 제가 어디 가서 또 즐기나 싶습니다.
아파트만 보다가 이런 나무와 숲에 서있는 기분을 만끽하니 저절로 스트레스가 사라졌어요.
너무 좋았어요!
제주를 자주 찾는 이유 중에 하나도 바로 이런 풍경입니다.
오름을 가지는 못 해도 그래도 아이 안고 5분 정도는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서식하는 생물들에 대한 표지판도 있는데 첫 아이가 어디서 도마뱀이 있다고 들었다며 도중 내려왔습니다.
어차피 정상까지 가지는 않을 거였지만 아직 글을 못 읽는데 어디서 도마뱀이 나온다고 들었는지 황당하네요.
그런데 '진드기'를 조심하라고 쓰여있습니다.
제주에 유명한 고사리를 따러 가다가 진드기들에 노출된 병원 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원래 조그만 생물들이 더 무섭죠.
도마뱀을 피해 내려온 첫 아이가 서식하는 생물들 사진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키는 안 되지만 둘째도요...
그냥 언니가 하면 자기도 똑같이 합니다.
저는 혼자서 탐방로를 마음껏 구경 중입니다.
살짝 올라가도 아이들이 다 보이고 어디 갈 데도 없고 따라 올라오던가 그냥 서있는 정도입니다.
아래를 바라보니 소가 있어야 했던 초원이 희미하게 보이네요.
내려오시는 분들의 대화를 어쩌다 들었는데,
"계단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는데 그래도 좋다?"
"그래도 다시 올 생각은 안 든다, 그렇지?"
다시 올 생각이 안 든다니... 약간 무시무시한 난이도인가 보네요.
첫 아이는 워낙 개구쟁이라 어딜 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계단 오르는 거도 좋아하는데, 왔다 갔다 에너지를 소모 중이에요.
첫 애라 어린이라 생각했는데 거대한 숲 안에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작아 보이네요.
다시 보면 아직 애기입니다.
어느 정도 올라간 와이프 이야기를 들으니, 어차피 올라가도 계속 이 풍경이라고 하네요.
다른 풍경을 기대하고 더 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대신 하필 여기 정상에 습지가 있는데, 거기가 참 멋있다고 하네요.
그걸 못 본 게 아쉽지만 비가 좀 온 뒤에 습지 구경하면 더 멋있다고 하니 미래를 기약하며 오늘은 내려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풍경과 숲 속을 좋아해서 계속 걷다 정상까지 가면 뭔가 하나는 자연 치유되겠습니다!
내려오면서 다시 생태공원으로 거쳐가니 고양이들이 많네요.
몇 마리가 무리 지어 쉬고 있던데 사람을 전혀 겁내지 않았어요.
내년 아니면 후내년을 기약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왔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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